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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백합과 동북아의 여성애자 여성들에 대하여

1. 백합이라는 장르명에 대한 고찰

 

한편 장르명 백합의 유래(..)를 또(!) 돌아보다보니 말인데요, 확실히 백합이 여성 간 연애 & 성애서사를 다루는 장르명으로서(일단 "1차" 백합 웹소 & 웹툰 쪽은 그 쪽이거든요..!) 꽤 완곡하면서도 직설적인 명칭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애초에 백합은 <백합족(=여성 동성애자)>이라는 명칭에서 시작됐고..(자기애라는 뜻으로 말이죠!)

 

여성 간 동성연애"를 가리키기에 그만큼 적절한 단어가 있을까요? 애초에 S문화의 계보를 장르 백합작품이(예 : 마리미떼) 이었다고 하니, 현실 퀴어여성의 서사에 뿌리를 두고, 그들에게 영향을 주고, 현실 "여성 간"의 미묘한 감정부터 연정, 성애까지 다뤄왔고, 다루고 있단 말이죠.. S물부터 시작해서 (1차, 여성향) 백합물 또한.

 

(여성향) 장르 백합은 퀴어 여성의 로맨스, 순정만화 장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구요. 한편 "여성 동성애자"에서 비롯한 단어를 사용하되(즉 백합이면 "여성애"겠군요) "퀴어서사"라고 내어놓고 말하지 않는 점도 장점.

 

2. 백합 = 서브컬쳐계에서 "여성애"라는 꽃말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과거의 제비꽃처럼.

 

솔직히 백합은 이제 제비꽃과 마찬가지로, 동북아에서 "여성애"를 상징하는 꽃이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구요. 백합이라고 하면 여성 간 관계서사를 우선 떠올리지 않나요. "찐백합"이라고 하면 여성간 연애, 성애가 있다고 짐작되며..

 

그리고 꽃이 무조건 여혐이라고 하는 것도 웃긴 게, 일단 "제비꽃 설탕절임"이 여성 동성애자들의 상징같은 거라는 이야기도 막 돌았잖아요. 손수 기른 제비꽃, 제비꽃 향수, 제비꽃 설탕절임... 그게 그 사람이 동성애자였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백합도 여성애자들 사이에선 제비꽃과 같은 존재가 된 게 아닌가..? 1990년대 이후의.

 

그건.. 나쁘기만 한 게 아닐텐데요, 무관심한 대중은 잘 모르면서(일단 향유자 아니면 장르 백합을 잘 모르죠.. 백합 어원 논쟁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그 사람들 자신에게는 의미가 있고, 여성애의 상징으로서 활용하기 좋은 기표. 미친 이성애 중심주의 & 호모포빅한 사회에서, 여여간 로맨스를 일컫기에 좋은 좋은 기표-용어이고요.

 

사실 남덕들이 백합은 여성간의 정신적 어쩌고 시끄럽게 떠드는 것의 유일한 장점은, 그게 "이성애자 남자들"의 특이취향으로 여겨지거나, 여성 간의 우정이상 연정미만의 관계를 즐기는 "이성애자 여자들"의 취향으로 "커버링"될 수 있다는.. 근데 사실 포비아 아닌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인식되는 건 좀 그렇겠지만. 사실 장르 BL도, 동성애자 남성들도 보기도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인식은 이게 "여성향" 장르라는 거니까요.. 물론 대체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남자 취향이 갈릴 수 있겠으나(..)

 

3. 여자와 꽃이 함께하는 게, 반드시 여성이 꽃처럼 아름다워야 한다는 의미는 아님

 

아무튼 여성과 꽃-이 반드시 여혐적이라는 건 웃기는 소리죠. "여자에게 빵과 장미꽃을"이라는 구호를 아십니까..

 

"세계 여성의 날"의 구호로, 빵은 굶주림을 해소할 생존권을, 장미는 남성에게만 주어졌던 참정권과 인권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여성주의자, 노동조합의 지도자 로즈 슈나이더만의 유명한 연설,“노동자는 반드시 빵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장미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라는 구호에서 비롯된 프레이즈라고 하네요...

 

이때 올바른 노동시간 단축과 아동노동 금지, 안전한 노동 조건 확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하면서 한 파업이 <빵과 장미 파업>이라고 해요... 물론 지난 세계 여성의 날에도 "장미가 여혐이네" 어쩌고 말 많았죠..?ㅎㅎ.. 좀 역사적 맥락 좀 읽자..

 

4. 장르 백합의 퀴어성- (여성을 사랑하는) 퀴어여성과 장르 백합의 관계

 

아무튼 결론 : 장르명 백합이 "여성 동성애자(레즈비언, 바이, 팬 등)"에 대한 별칭인 "백합족"에서 비롯되었으며, 장르로서의 (1차) 백합 또한 "현실 여성 동성애자의 서사"(=S물)의 계보를 잇고 있으니 (예 : 마리미떼, 야가키미 등 여성 간 관계 & 연애를 심도있게 그린 학원물 백합 = 정통백합물),

 

여성간 로맨스물을 백합이라고 칭하는 건 "여성(퀴어)서사"의 <역사적 맥락과 의미>에서도 의미깊은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백합꽃이 뭐가 어때서, 장르 백합에서는 여자들끼리 키스하고 "연정" 고백도 하는데("좋아해요! 성적인 의미로!" = 모리시마 아키코, <청순소녀 패러다임>), 그리고 "정통백합물"도 여성간의 의자매 관계를 그린 것에서 여성 간의 분명한 "연애, 성애"를 그린 작품으로 나아가는데...

 

그건 여성애자 여성들이 여성에 대한 순결주의 & 여성애에 대한 터부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장르 백합 속에서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리고 장르 백합이 여성애자 여성들의 자기 감정직시, 그리고 여성애자로서의 정체화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요..? (장르 "백합"을 좋아하고 향유해 온 여성들이, 작가가 되어 과거의 명작을 존경하면서도 자기 식으로 장르 백합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거야..!)

 

5. 장르명 "백합"은 이미 동북아 등에서 역사성, 의미를 갖게 됨 + 장르 백합을 둘러싼 논란과 현실 여성을 둘러싼 논란의 유사성

 

결론 2 : 어쨌든 "백합꽃"은 동북아 "여성애자 여성"의 역사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으며, 그 기표의 <역사적> 의의를 존중해야 함..ㅇㅇ 그리고 여성애자 여성들이 백합이 순결함 아니라잖아.. 말 좀 들어라..

 

아 사실 백합은 "여성애자 여성"들과 닮은 데가 있죠, 가만있는데 주변에서 순결이네 어쩌네 지랄을 함..ㅋㅋ "여성 간 관계는 순결한 것이다, 그러므로 노 카운트"라는 가부장 사회와 일부 남자들의 시선이라거나..(그래서 백합 향유자 유성애자 여성들이 "성애 지우지 마"라고 하는 것이죠..)

 

아니 정말 현실 (여성애자) 여성과 닮았다니까요, 뭐 백합도 생식을 하니까 계속 새로 피고 어쩌고 하는걸텐데.. 얘도 암술과 수술이 있는데 사람들이 제멋대로 순결이네 뭐네 ㅋㅋ 이성애자 여성의 성애도 지워져 왔지만, 여성애자의 것은 더더욱 "깨-끗한 것"으로 여겨져 온 거죠.. 누구 맘대로(?)

 

6. 연애와 성애, 19금에 대한 욕망이 넘치는 한국 백합/GL 장르(...)

 

그런 의미에서 백합을 장르의 기표로 사용하면서, 정작 검색해보면 19금이 넘치며 전연령이 오히려 더 찾아보기 어렵다는 현실은 참 전복적이기도 합니다..ㅎㅎ (예?) 아 일단 한국 웹소 쪽은 그래요, 리디에 백합/GL 태그가 있는데 로맨스 장르답게(..) 19금이 많고 전연령이 넘 없어서..ㅎㅎ (특히 판타지/시대물 쪽은 말이죠..) 지인 분이 울고 계시더란..

 

물론 상업적인 이유도 있겠으나 장르 백합이라는 해쉬를 달고.. 여자들의 욕망이 이렇게 뿜어져 나온다는 건 참 재밌죠..(장르 백합 웹소의 여자들은 욕도 오지게 하고 가부장제도 겁나 찰지게 잘 깜ㅋㅋ)

 


p. s. : S물은... 사실 현실 여성애자 여성(레즈비언 등)의 서사와 완전히 동일하지 않기는 하겠지만요. 뭐 소위 헤녀 우정과 여성 퀴어의 이야기가 섞였겠죠... 하지만 남-녀의 관계와 연애만을 "디폴트"로 두었던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들이 다른 시도를 해보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여성 간의 관계에 깊이 몰두하고 여성퀴어의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어쩌구...(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