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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만화, 애니 등)/영화

영화 윤희에게를 세번째 보고 나서. (종종 이야기 추가)

이번이 3회차인데, 보면서 생각했던 걸 다 정리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단상 형태로 정리했는데도 정말 많군 (그러고도 새로 떠오르는 게 있다는 게)

 

영화 보고 읽으시길 권합니다. 스포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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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사코 고모.

1) 한국어 발음 :

쥰이 윤희에게 쓴 편지 겉봉의 이름을 읽을 때, 윤-희-> 윤희라고, 외국 이름을 읽는 것이 아주 낯설지 않은 사람처럼 윤희의 이름을 나름 잘 발음함. 그리고 쥰에게 새봄이 찾아왔다고 이야기할 때, 한국어를 잘 모르는 일본인의 발음같지 않게 "새봄"이란 이름을 받침까지 아주 정확하게 발음함.

 

마사코 씨는 외국인을 접하는 것에 익숙한 걸까...? (생각해보니 배경이 오타루, 한국인 관광객 많은 곳이군...)

영화는 그닥 안 좋아한다고 했는데, 좋은 음악은 좋아하시니 한국 음악도 취향인 장르의 좋은 음악은 찾아듣는 타입인가 싶어지고...(예 : 인디영화) 일본은 음악시장이 크고, 한국 뮤지션도 가서 콘서트도 하고 LP 음반도 발매하고 그러니까요. 마사코씨 취향인 뮤지션 중에도 있을지도 모른다...

 

외국어 공부도 좋아할 것 같음. 카페에 흐르던 Silent Night... 그리고 종이책 애호가인 마사코 씨. 한국에서 나온 SF 소설을 (번역본으로) 읽으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지고... 혹시 일본에 출간 안된 영문판 SF 소설을 읽으실지도 몰라...(<)

 

2) 취향 :

방에도 카페에도 다양한 색유리 전등이 가득하고, 카페에는 레이스 커튼과 동물 모양 책꽂이가 있고, 알록달록한 뭔가 "일본"다운 인테리어... 멋진 취향을 갖고, 주변에 아름다운 걸 두고 살고 계시는구나 싶었음. 집에 고양님도 있고...(쿠지라야!)

 

3) 눈은 언제 그칠까 :

장례식 끝나고 류스케(쥰 친척)가 너무 떠들 때, 아마 입 다물라는 의미로 얘기한 거 아닌가 싶음... 네가 지금 말하는 게 눈오는 것 같다고. 그러나 물론 류스케는 언어가 달라서 못알아듣고 계속 떠든다...

 

그리고 쥰과 윤희의 만남을 아마도 "상상"하며, 만월이 뜬 밤에 쥰과 함께 걸어가며 "눈은 언제 그칠까"라고 얘기한 것... 생은 앞으로도 계속되고 눈은 앞으로도 올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계속 치워야 한다...는 게 아닌가 싶었음. 윤희와 쥰이 만났다고 모든 게 해결되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앞으로도 오는 눈에 익숙해지며 그걸 치워나가야만 한다...(그래야만 살 수 있다...)

 

진짜로 쥰이랑 야밤에 눈 치울 때도 얘기한 거 보니 확실히 "아 힘드네~" 싶은 순간에 말하는 마사코 고모의 입버릇인 듯.ㅋㅋ

 

4) 젊은 시절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6개월 만나고 헤어졌지만 평생 추억하고 살아감...

 

상대는 시네필이지만 자기는 영화를 안 좋아해서 결혼을 안 했다는데, 그거 좀... 가볍게 넘어가려고 하는 말이거나 은유같고... 그렇게 사소해보이지만 사실은 중요한 게 안 맞아서 헤어졌을 수도 있지 않나? 싶었음. 어쩌면 상대는 영화에 모든 걸 투신해서 자신과는 생활패턴이나 인생에서의 가치관같은 게 안 맞았을 수 있지 않은가, 싶은데...

 

아마 평생 추억하게 될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이지만, 상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지도, 가진 모든 걸 버리고 함께 도망치지 않고도... 여전히 상대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는 점이 좋다. 이 또한 사랑이겠죠...

 

헤어진 이유를 가볍게 넘기는 파트에서 온갖 상상이 다 지나갔는데... 일본 문화의 전형적인 패턴이 생각났으나 그건 아닐 거 같고(.....) 이분이 퀴어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상상의 여지를 열어두신 점도 좋았음. 마사코 고모님의 과거가 어떤 형태라도 전... 너무... 좋아요......(왈칵)

 

5) 마사코 고모님의 능력 :

 1) 조카와 함께 사는 집도 있고, 2) 자기가 경영하는 카페가 있으며(건물까지 마사코 고모님 건지는 모르겠음), 3) 핸드드립 커피도 내리시고 손님들이 자주 찾는 모양, 4) 집 인테리어와 카페 인테리어의 일관성을 보아 미학이 분명하시고, 카페 컨셉도 스스로 잡고 유지 중이시며, 5) 음악 취향도 분명하시고 카페 단골들은 그 음악도 취향이라 오지 않을까?

 

6) 영어로 기초회화를 할 줄 아시고, 7) 카페를 쭉 운영하시는 거 보면 경영능력이 있으시고, 8) 기본적인 가사도 물론 스스로 해서 일상을 가꾸시고, 9) 몸도 건강하신 듯..(=아직도 쥰과 함께 집 밖의 눈을 치운다)

 

*빵을 직접 구우시는지는 모르겠는데.. 양을 보아하니 그건 아니지 않을까, 아마 잘 만드는 데서 사오는 게 아닐까?

*늘 눈이 오는 오타루에 계속 사시는 건, 1) 기본 자산(=집, 카페 등), 2) 인맥, 3) 거래처, 4) 가게(와 단골)가 이 지역에 있기 때문이겠지...

 

생각해보니 쥰 동물병원도 여기 있고 쥰의 단골들도 다 여기있음(.......)

2. 새봄이

 

1) 내적 갈등의 묘사 :

일본에서 엄마의 첫사랑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나서, 그 다음에 집안의 서랍을 엉망으로 열어놓고 엄마 앨범 있는대로 다 꺼내서 사진을 보고 있었음. 처음 봤을 때는 몰랐는데, 아마 편지를 읽고 어지러워진 새봄이의 마음과 내적 갈등을 그 모습으로 표현한 게 아니었나 싶네...

 

그리고 새봄이가 엄마랑 대화하다가 툭 던지듯 "엄마 학교다닐 때 인기 많았다며?"라는 한마디를 꺼내기 전에 귤이 흰 부분이 아예 없이 깨끗했음. 그리고 열쇠가 없는 것도 아닌데 집 앞에서 혼자 있던 장면... 아주 격렬하고 구구절절하게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세밀하게 관찰해야 눈치챌 수 있는 인물의 감정 묘사가 많은 거 같다...

 

2)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 :

여행가기 전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바닥에 떨어져 흙 묻은 장갑도 그렇고- 자기 집 위에 발 올린 개의 사진도 그렇고, 사람들이 흔히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예쁘다"라고 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방향성의 것들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듯함. 모두에게 사랑받는 겉이 매끈하고 화려한 게 아니라, 애틋하고 마음이 가는 것을 "아름답다"고 칭하는 게 아닌가.

 

3) 처음 찍은 엄마 사진 :

영화 다시 볼 때 집중해서 봤는데, 정말로 엄마가 담배 피는 걸 처음 찍었음... 후후... 엄마가 딸인 새봄이 본인 앞에서 솔직해지고, 자기 자신에게도 솔직해지고, 과거 얘기를 조금이나마 푸는 순간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꼈을 것. (그리고 그 뒤로 엄마 열심히 찍음.ㅋㅋ)

 

4) 오타루 여행 :

말을 툭툭 던지는 거 같으면서도 나름 생각을 열심히 하고, 밑밥을 깔아둠... "눈 많이 오는 데 없나"라고 하면서 꼭 눈 많은 곳으로 여행가고 싶어하는 듯이 언급해 둠. 그렇다면 가까운 일본 중에서도 눈이 언제나 내리는 지역(홋카이도), 그리고 평범한 한국인이라면 오타루지(.......)

 

"눈 오는 곳으로 가자"고 얘기한다는 건 편지 겉봉에 쓰인 쥰이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자료조사도 해놓고, 계획적으로 엄마에게 여행을 권하는 것이라는 뜻이며...(근데 엄마가 당장 반응 없어서 편지를 도로 우체통에 넣어둠ㅋㅋ)

 

5) 사진 :

집 거실 한켠에 새봄이가 찍은 사진들이 여럿 붙어있었고... 어쩐지 그 모습을 보고 새봄이 사랑받는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아니 뜨겁고 절절한 사랑은 아닌데 말이죠 어쨌든 나름 소중하게 대해지고 있구나, 그게 사랑의 시작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막...

 

6) 외국어 :

일본어는 못하지만 외국에서 영어로 대화를 시도할 정도는 되고, 마사코 씨에게 커피 주문할 때 "코-히- 플리즈"라고 했다는 것...

 

그것은 단기간에 일본어를 배울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어휘 정도는 공부했으며(학교에서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가볍게 배웠을지도 모름) 마사코 씨의 카페에 가서 커피 주문할 계획을 짜고 갔다는 것이다...!(장음도 제대로 발음한 새봄이ㅋㅋ)

3. 쥰

 

1) 아버지에 대하여 :

별로 좋아하지 않은 아버지라도, 종종 연락할 정도에 장례를 치른 뒤 힘이 없고 마사코 고모가 안아주자 울 정도로는 정이 있었던 걸까. 쥰도 속정이 깊은 사람.

 

그러고보니 아버지도 흡연자였던 거 같은데(<마사코 고모가 "천국에는 무사히 도착했니"라며 집 안의 영정사진에 물어볼 때, 담배갑과 각설탕 2개를 넣은 커피를 앞에 차려두었음) 쥰과 함께 담배를 피웠는지 궁금하다...ㅋㅋ

 

아니 근데 이 작품 남자들도 어쨌든 담배와 연이 없지는 않구만, 류스케도 그렇고 윤희 전남편도 그렇고...(<이쪽은 새로 끊음, 아마 새 여자친구+직업 때문이겠지... 흡연구역도 별로 없고 직업은 경찰이고...)

 

2) 류스케와의 대화 :

아버지 장례 치르고 피곤하고 힘든데, 눈치없이 시끄럽게 떠드는 류스케... 아마 쥰이 정말 안 좋아하는 타입이 아닌가, 상극... "그만해"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지만(+마사코 고모) 멈추지 않는다... 류스케가 그 한국남자 사진을 보여준다고 폰을 들이밀자 손을 쳐서 폰을 떨어뜨리고 차에서 내려버리는 건, 쥰 치고는 정말 엄청 화낸 것.

 

화났는데 관계를 완전 경색시키지 않기 위해 류스케의 사과를 받아주고, "나도 미안해"라고 하기도 싫었을 것이다...(돌아보기 전에 오만상을 씀...) 그러나 여전히 마음이 안 풀렸고, 더 화내지 않기 위해 + 얼굴을 안 보고 싶어서(..) 그대로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가, 료코를 만남... (이런 순간에 부를 정도로는 호감이 있던 거죠)

 

그리고 돌아와서 마사코 고모에게 "걱정끼쳤지, 미안해"라고 이야기하고... 고모와 포옹하고 서로 조용히 움... (정말... 남 앞에서 우는 걸 긍정하지 않는 문화권의 사람들다운 눈물이었네요... 상대에게 부담주길 싫어하는 성격의 어른들다운 눈물-감정 표출이었고...)

 

3) 료코와의 관계 :

쥰이 정말 고양이같은 사람이라고, 즉 친해지는 데 오래걸리고 아주 친밀한 상대에게만 속 깊은 얘기를 하는 성격인 걸 알게 되자... 료코와의 대화가 달리 보이게 됨.

 

동물병원 등에서의 대화는 원래 1) 쥰이 한국에 대한 화제를 오래 끌고싶어 하지 않음(=깊이 얘기하면 자기 출신과 관계될 수 있어서), 2) 료코는 쥰이 얘기한 사소한 걸 기억하고 의미부여를 하는 경향이 있지만, 쥰은 거기에 그렇게까지 맞춰주지 않음...이라는 걸로 느꼈지만.

 

둘이 술을 마시며 대화할 때, 원래는 쥰은 그렇게까지 마음이 없고 료코가 혼자 들떠서 들이대다 차인다...는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다시 보니 료코가 너무 빨라서 쥰이 기겁했을 마음이 이해가 감(...)

 

"우리는 닮은 거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라는 말이잖아...ㅋㅋ
쥰은 그냥 좋은 동네 친구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본인과 닮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상대에게 공감하고 있지도 않은데- 너랑 난 닮은 거 같다고 얘기하고, 상대가 "아닌 거 같은데..."라고 얘기하는 것도 캐치 못하고 "그냥 그런 느낌"이라고 대답하고 계속 들이대다니. 쥰에게 들이대려면 료코야 한참 멀었구나(.....)

 

4) 한국어 발음 :

배우님의 한국어 발음이, 사실 말씀하신 건 몇마디 안됐지만 굉장히.. 또렷하고 외국에 오래 살았지만 한국에서도 오래 살았던 사람의 한국어 발음 같다고 느껴서... 쥰도 자신의 엄마 쪽이 한국인이라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면서도, 20년동안 한국어를 잊지 않고 있었구나. 윤희에게 때때로 편지를 쓰면서.

 

배우님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고...

 

5) 아 근데 쥰이 료코에게 전화하면서, "지금 뭐하고 있어요?"라고 얘기하는 거 너무 한국스러운 대사라는 생각을 했네...ㅋㅋ (어떻게 보면 그런 대사를 칠 정도의 사이는... 된 건가...ㅋㅋ) 료코는 그래서 더 쥰이 한국 문화에 익숙하고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 조용히 남몰래 한국문화 덕질한다고 생각한 거 아냐..?

 

6) 쥰이 마사코 고모에게 늘 SF 소설을 본다고 새삼스럽게 말한다는 것, 그건 쥰은 SF를 즐겨읽지 않는다는 것... 그럼 쥰은 어느 장르의 책을 즐겨 읽을까?

 

7) 쥰의 능력 : 1. 동물병원 경영자(=자산 및 동물병원 경영능력 보유), 2. 수의사(=자격증이 있음), 3. 최소 2개 국어(한국어, 일본어 모두 네이티브 레벨) 4. 고모와 집 공동소유..?(맞겠지..?) 5. 끝없는 자기개발(꾸준한 독서 및 20년동안 한국어를 잊지 않고 네이티브 레벨로 유지 ㅇㅇ) 6. 신체 건강함 (=오타루에서 맨날 눈 치우며 사는 걸로 증명된다..;;;)

4. 윤희

 

1) 기차와 소리, 그리고 윤희의 심리 :

기존에 봤을 때도 기차는 윤희가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을 때 등장하는 거 같았음. 화면/분위기 전환의 역할에도 충실하고. 윤희가 쥰의 편지를 받고 복잡한 마음으로 차를 안 타고 그냥 걸어서 귀가할 때, 기차는 속절없이 빨리 지나간 세월과, 새삼 그 사실을 깨닫고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보는 윤희의 심리를 나타낸다고 생각했음(맞나...)

 

그리고 3회차에 또 주의깊게 보고 들었는데(감독님이 소리에 여러 장치를 해놨다고 하셔서...), 윤희가 쥰의 편지를 받았을 때 지나가는 기차는, 소리가 산뜻하게 지나가지 않고 기체가 노후화된 듯 덜컥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지나감... 아주 멀어졌을 때도 어딘가 걸리는 소리를 내면서, 시끄럽게. 그게 복잡한 윤희의 심리상태를 나타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데 윤희가 급식소 일을 그만두기로 하고, 지나가는 기차는 소리가 그렇게 시끄럽고 덜컥거리지 않음. 그냥 문제가 없이, 멀쩡한 기차가 시원하게 달려가는 소리가 들림. 그리고 짐을 털어버린 듯 개운한 윤희의 얼굴. 아마 그렇게 대우받는 곳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에, 자신의 과거와 마주보기로 했기 때문에... 

 

2) 급식소에서의 갈등 : 

윤희는 평생 책임감으로 살았고, 성격상 급식소 일도 대충 하지는 않았을 것.

 

그런데 (원래 법적으로 보장돼있기도 한) 휴가 좀 달라고 했다고, 휴가를 쓰지 못하게 하려고 겁주기 위해서 가볍게 "넌 책임감이 없다"는 얘길 들으면 정말... 화났겠지... 그런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닐텐데. 그 한마디로 윤희가 그 곳에서 현재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대접을 받으면서 살아왔는지가 보이고... 언제든 자를 수 있는,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인정받지 못하는 곳이니 벗어나고자 생각했을 것. 아마 윤희도 오랫동안 그곳에서 일하는 것에 은근한 회의를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그곳을 그만두고 나오면서 윤희의 표정이 너무... 개운해 보여서.

 

3) 윤희와 요리 : 

윤희는 요리에 소질이 있고 관심이 있었나, 싶은 게 급식소를 그만두고도 다른 곳에서 요리를 배워서 가게를 차리겠다고 해서. 물론 해온 가락도 있고, 다른 경력 없는 중년 여성의 선택지라는 건 대개 그런 것이지만... 그래도 본인의 선호도 어느정도 반영되는 게 아닐까.

 

근데 다른 분들은 딱히 얘기하시지 않았던 거 같지만... 나는 윤희가 고향에서도 여행가서도 손을 주무르는 게 버릇이라... 새봄이도 병원가라고 할 정도라 걱정된다...(크흡) 현대인에게 통증/직업병은 친구라고 하지만, 그렇지만...!

 

아, 근데 경력 얘기를 하고 보니... 윤희 오빠가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어, 경력도 없고"라고 하는 걸 보고... 윤희가 해온 일을 오빠도 경력으로 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새롭게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일을 소개해주지도, 진심으로 그 점을 걱정해서 밀어주지도 않을 거라는 점...

 

4) 전남편과의 관계 : 

어느 분인가, 윤희가 급식소 일만 하고 그런 집에서 그 정도로 먹고사는 게 판타지적이라 하셨는데... 난 전남편이 윤희에게 양육비를 잘 지급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새봄이 아직 미성년자였으니까, 이혼했어도 부양의 의무는 있고 접견권은 있고... 윤희에게 여전히 마음도 있어 보였으니. 그리고 윤희 성격에 양육비도 지급 안하면서 그 난리치면 좀더 사람취급을 안 했을 거 같음(......) 새봄이 이제 대학 가지만, 학비도 나름 신경쓰고... 용돈도 가끔 쥐어주고 그러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 갑자기 윤희 아버지에게 마음이 좀 관대해지는데(<)

 

윤희에게 "왜 그렇게 살아"라고 말하며 자신과 재결합을 하자는 듯이 얘기했던 걸 보면 윤희가 헤어지자고 먼저 얘기하고 밀어부쳤을 거고, "애인 생기면 꼭 말해줘야 해"라고 말한 것도 미련을 드러내고... "넌 안 늙는다"라고 얘기한 거 보면 둘이 헤어진 지 어느정도 지났다는 뜻...(최소 몇 년)

 

근데 이 작품 시간이 은근 빨리 지나가나 싶은 게, 그러고 나서 새봄이가 아버지 직장에 찾아갔을 때 아버지는 직장 동료랑 사귀고 있어서...(이은영 씨) 아니 이게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게 아니라 혹시 술에 꼴아서 애인 있는데 미련 있는 전 아내 집에 찾아간 건가요...? 그럼 넘 진상인데... 어느 쪽이야(...)

 

5) 일본어 : 

바에 가서 일본어를 하는 게 아주 능숙함, 20년 동안 안 잊고 갈고닦았다는 뜻이 아닐까? 그 바쁜 시간 속에서.

 

6) 이른 아침 쥰을 만나러 간 이유 : 

윤희가 새벽부터 꽃단장하고 쥰의 집에 갔던 건, 아마 그 시간에 만나서 뭘 하겠다는 게 아니라 충동 + 새봄이가 아직 잘 시간에 일단 가보자...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쥰은 그 시간에 출근 중이었다...(그리고 20년만에 쥰을 본 윤희는 하염없이 울고... 생각할 때마다 울고...ㅠ...)

 

7) 쥰을 만난다고 생각할 때 더 차려입는 윤희 : 

한국에서는 그냥 평범하고 소박하게 다니다가, 쥰 만날 생각을 하니 + 쥰이 있는 오타루에 오니 기존에 없던 코트도 사서 입고(딸이 못 보던 옷이다, 어디서 샀냐는 것 = 진짜 새로 산 것...), 예쁜 스카프도 하고, 새 귀걸이도 하고...ㅠ

 

강변 앞에서 쥰을 우연히 만났을 때, 윤희는 귀걸이를 하고있지 않았지만... "쥰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바에 가서 술을 마실 때, 윤희는 예쁜 녹색 스카프에 녹색 귀걸이를 하고 있었음...

 

8) 일본 오니 바에 와서 술을 시키고 담배를 피우는 걸 봐서... 윤희도 즐길 줄 아는군요(..) 쥰이랑 해봤나, 했는데 19살에 헤어진 듯하니 그건 아닌 거 같고... 아마 남편과 살 때 나름 가난하지는 않게 살았던 듯? 현재 사는 집도 그렇고...(아마 그 집에서 남편만 나간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네... 새봄이를 위해서도 그렇고)

 

9) 윤희-쥰의 나이와, 새봄이-경수의 나이 :

윤희가 쥰과 연애하던 시기가 딱 지금, (한국 나이로) 19살. 그래서 윤희가 더더욱 새봄이 연애와 담배에 터치 안한것도 있을 것이고...(본인은 터치당해서 너무 싫고 괴로웠기 때문에) 새봄이가 담배 달라고 깝치기 전에는 라이터 압수 안한것도 완전..ㅋㅋ

 

그리고 새봄이는 엄마가 연애하던 바로 그 나이에, 연애도 잘 하고 엄마와 첫사랑을 만나게 하려고 고군분투를 하고 있군요 (애잔...) 그리고 경수는 꼽사리 껴서 관심도 없는 일본에 와서 시간 때우고 있음ㅋㅋ (애잔ㅋㅋ)

 

10) 윤희 전남편 2 :

전남편이 윤희에게 청첩장을 주고 울 때, 난 둘이 마침내 진짜로 헤어졌다고 생각했음... 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달까. 그간의 희로애락도, 애정도 미움도 모두 끝났고... 드디어 서로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고. 그래서 마지막을 애도하며 우는 거라고. 어떤 경우엔 이별해도 완전히 이별한 게 아니기도 하잖아... 마무리짓지 못한 감정이 남아있는.

 

그리고 내내 웃지 않고, 선물이라고 갖고온 것도 거절하고 화내던 윤희가 결혼 소식엔 환히 웃고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 윤희가 좋은 사람이다 싶었고, 그만큼 상대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을 거고. 속정 깊은 윤희의 성격을 드러내는 듯...

 

아 근데 "미안해 꼭 행복해야 돼"는 좀 웃펐다...ㅋㅋ 뭐가 미안한데요 윤희가 있는데 먼저 재혼하고 행복해지는 거?ㅋㅋ

 

11) 학창시절에 찍었던 윤희 사진, 언뜻 보기에 웃는 사진이 정말 많았던 거 같다... (그리고 여행지 가선 웃는 사진 X...ㅠ) 생각해보니 쥰과 있던 시절에 가장 행복하고 솔직하고 그랬기 때문에 웃는 사진이 많았던 걸까, 자신의 정체성도 기독교인 가족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멘탈이었고...?(근데 그 뒤는.. 스스로에게 벌을 주며 살아왔다고 말하는 윤희 ㅠ 거의 20년인데..!)

 

아 근데 윤희 사진을 쥰이 찍어주었는지 궁금하다. 그 얘기는 안 나온 거 같은데..?

 

5. 윤희 오빠

 

1) 교회 :

흐릿하게 아웃포커스된 사진관 뒷면에, 아마 "사랑 교회"인가 하는 글자가 있었음... 뭔놈의 사랑이야.

 

2) 새봄이 앞에서의 모습과 속내 : 

새봄이가 자기 아빠 닮았다고 할 때 "넌 엄마 닮았어, 웃는 것도"라고 하는 거나... 윤희에게 새봄이 사진 잘 찍는다고 칭찬하는 거나... 진짜 재수없음, 윤희가 잘 안 웃는 거 네 탓이잖아... 사진 그만둔 것도.

 

새봄이에게는 사진 칭찬해놓고 윤희에게는 "네가 할 줄 아는 게 뭔데"라고 하는 거 너무... 어우...

 

3) 프레임과 시선의 권력 : 

사진관에 사진기가 정말 종류별로 여러 대 있고, 그중에 가족사진도 아기사진도 연인들 사진도 있었는데... 이 사람은 여전히 사회적 "정상성"이라고 취급되는 것 속에 자신은 당연하게 속해서, 거기서 벗어나는 것들은 프레임 밖으로 쫓아내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윤희에게 "무슨 바람이 들었는데"라고 하는 거나, 작별인사를 하러 왔다는데 화를 내는 것... 새봄이 앞에서는 숨겨왔던 본성과 통제욕과 상대에 대한 멸시를 드러낸 순간. 

 

6. 소리

 

1) 평범한 새소리 :

한국에서 들린 거 같은데, 사실 이 소리는... 다음 회차에서 파악해봐야지 ㅋㅋ(<)

 

2) 까마귀 소리 :

윤희가 일본 가고 나서 들리기 시작한 소리인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일본에 까마귀가 많아서 자꾸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ㅋㅋ (과거에 조사해본 결과도 그렇고 일본엔 걍 까마귀가 흔하다고) 그래도 어떤 장치로 활용하셨을까 궁금.

 

3) 바람소리, 물소리 :

윤희가 쥰을 마주치고 멈췄을 때, 바람소리가 거세게 들림... 아마 윤희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한 것 같고.

 

물소리도 비슷한 장치라고 느꼈음... 예산에도 오타루에도 강이 있고, 작품에서 강이 자주 보이는데... 윤희와 쥰이 서로를 생각할 때, 겉으로 강하게 표현되지는 않고 상대가 없이는 죽고 못살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대에 대한 마음이 깊다는 게, 물소리로 표현된다...고 느꼈다.

 

강물은 평소 시끄럽게 흐르지는 않지만, 바다를 향해 꾸준히 흐르고.

 

7. 담배

 

1) 은근히 많은 흡연자들 :

여기서 주연으로 등장하는 여자들은 다 담배피우고, 조연으로 등장하는 여자들도 담배피는 사람들 은근 많음(...) 일본에선 되게 평범하고 소심한 중년 여성같은 조연 인물이 담배를 피고있는 게 되게 인상깊고 만족스러웠음.

 

그리고 남자들은 현재는 담배피는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과거에 피웠거나(=근데 여자때문에 끊었거나), 여자랑 같이 피우거나, 여자에게 담배를 배우거나(......) 아니면 애연가인데 걍 죽어서 담배피는 모습이 안 나오거나(.......)

 

2) 담배와 위계 :

이 작품에서는 인물들이 "비교적" 평등하게 나온다고 하지만, 그래도 담배를 통해서 미세한 위계는 드러난다...는 생각을 했음. 다만 대놓고 마운팅하고 서열차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안 드러났을 뿐이지. 물론 위계를 내어놓고 강조하지 않는 그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서열이나 힘싸움이 대놓고 안 나오고 최대한으로 희석됐다는 점에서...) 한국-일본 현실에서는 굉장히, 최대한으로 평등에 가까운 관계를 그렸다- 싶어요. (동북아 문화권에서..)

 

예를 들어 윤희와 영양사 선생님... 영양사는 윤희보다 많이 어리고, 일단 (반)존대를 하고, 윤희는 그에게 반말을 하지만... 전자담배는 영양사만 피움. 근데 사실 윤희 쪽이 상사였으면 그렇게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한국에서 연소자 여자가 연장자 여자 앞에서 당연하게 담배를 피웠을까...라고 생각하면 아닌 거 같음(...) 그리고 윤희 대하는 태도에서 누가 위인지는 뭐 끝난거지...

 

그리고 윤희와 새봄이 담배를 트고 나서도 맞담배는 안된 거나(ㅋㅋ..) 한국 배경에서는 남자랑 맞담배 피는 여자가 안 나온 거나, 일본에서는 류스케랑 쥰이 아무렇지 않게 맞담배핀 것... 윤희는 길거리에서 피다 남자가 오면 돌아섰는데(...)

 

아 근데 경수는 새봄이랑 피려고 담배를 배운댔으니, 둘은 맞담배를 피겠구만...(나중에)

 

8. 경수

 

새봄이 남친인 경수는... 영화 처음 볼 때도 만족스러웠고, 되게 잘 조형된 인물이라...고 생각했음. 이렇게나 건강하고 선량한 남자애라니!(+이렇게나 조용하고 건강한 이성간 연애..ㅋㅋ)

 

그리고 이런 인물이 세상에는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비현실적이다, 라는 생각까지는 안 드는 게... 난 친구에게 나이가 어린데 페밋말하는 남자애 얘기도 들었고, 그래도 살면서 얘 정도로 무던하고 착한 남자는 간혹 보긴 했음...(정말 간혹...)

 

그래서 내가 인간불신에서 살짝 벗어났는데 어쨌든... 거기다 경수는 새봄이한테 제대로 빠진 상황이니까? 거의 첫사랑 아니냐(...) 뭐 권태기가 온 것도 아니고... 그래서 뭐 경수의 현재 모습은 납득이 간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오래 사귀거나 권태기가 오거나 아주 나중이 되면 말이죠...) 근데 새봄이 대학가고 둘이 헤어지고 나서도 나름 좋은 친구로 지낼만한 인품이라고는 생각함 (저기요 왜 이별이 전제죠 ㅋㅋ) 아니 일단 장거리 연애... 넘 괴롭고... 거기다 경수 군대도 가야되잖아(<................) 둘이 안 헤어지는 게 더 이상한 ㅋㅋ ㅠ.........

 

근데 둘이 너무 좋은 관계고 안 헤어졌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너네 헤어져도 함께한 순간은 오래오래 남겠지, 좋은 기억으로... 행복해라(<)